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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영화 '괴물'은 잔잔하던 한국 영화계에서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 같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주목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흔히들 말하는 장르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그와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아주 강력하게 담아내, 국내와 해외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연출자인 봉준호 감독에게는 최초의 천만 관객 돌파라는 선물을 안기기도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괴물'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흥미로운 공상과학 요소를 가미한 괴수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저 괴수와 인간의 싸움을 그리는 등의 흥미진진한 괴물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 문제 여러가지와 연결짓고 그럼으로써 영화를 보고있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등의 창의적인 접근 방식으로 특별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바로 환경오염이라는 주변에서 흔히 겪고 보게 되는 현실적인 주제를 극 중 메인빌런이 되는 괴물의 탄생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환경을 보호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더 나아가서, 국가 기관과 언론의 정확하지 않은 가짜뉴스, 자신들에게 이익이되는 어느 한 집단으로 기울어진 편파적인 정보 전달, 평범한 한 가족 내부 속 복잡한 관계 등도 다루면서 장르영화에서 벗어나 사회 비판과 인간 드라마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괴물,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다.
영화 괴물은 서울에 위치한 한강에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괴물 같은 거대한 생명체와 그 괴물에게 가족의 구성원을 빼앗겨 그에 맞서는 평범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한강변 옛 한강 고수부지에서 허름하게 있는 컨테이너 매점을 운영하며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박강두와 그의 가족들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앙으로 서막을 알립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매점밖으로 보이는 한강을 바라보며 일상을 보내던 강두는 자신의 딸 현서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괴물에게 잡혀가는 것을 목격합니다. 이런 재난적인 사태에 대해서 정부와 언론은 이 괴물이 바이러스를 옮길 것이라 칭하며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공포를 조장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괴물을 직접 목격한 강두와 그의 가족들은 정부와 언론의 발표를 믿지 않으며 괴물에게 잡혀간 딸이 아직 살아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부나 언론에 호소하는 대신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현서를 구출하기로 결심하고 각자 괴물과 맞서 싸우기 위한 도구를 챙겨 나갑니다. 남일, 희봉, 남주까지 강두의 가족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서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현서를 구하기 위해 괴물을 찾고 그 괴물과 마주치는 장면들 속에서 부모와 자식, 형 사이의 애틋한 가족애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괴물은 스펙터클하고 스릴 넘치는 괴수 영화이면서도, 그 속에 담겨 있는 가족 간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비판과 문제제기
괴물은 그냥 괴수 장르 영화로는 규정짓기 어려운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환경 오염 문제입니다. 이 영화에서 괴물의 탄생 배경이 되는 서울의 한강에 무단으로 유출된 유해한 화학 물질, 이를 알면서도 방치한 관계자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긴 괴물의 탄생까지 참혹한 결과는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심심찮게 마주하고 있는 여러가지 환경 문제를 상징합니다. 이렇게 유해물질로 인한 돌연변이로 한강에서 괴물이 탄생한다는 판타지적인 요소와 환경 오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결합된 설정은 영화에 보다 풍부한 내용을 부여하며, 우리에게 사회적 메시지까지 전달합니다. 괴물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 축은 박강두와 그의 가족들입니다. 아버지 역할의 강두, 백수 동생 남일, 강두의 아버지 희봉, 양궁선수인 고모 남주까지 모든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투쟁 방식으로 자신들의 식구이자 일원인 현서를 찾아 나섭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애틋하고 따스한 가족 애는 관객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특히 아버지인 강두가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굶주린 괴물과 맞서 싸우는 모습은 이세상에 존재하는 아버지라는 존재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 속 괴물은 그저 미지의 존재인 괴수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리는 평범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의 사회와 인간성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속 도구입니다. 영화 속 거대한 괴물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들에 가려져 있는 약자와 만연한 부조리를 상징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국민들의 무지와 공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실수를 숨기는데 급급한 정부와 언론, 그리고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 애쓰는 강두와 그의 가족들. 이 모든 것이 서로 완전히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조금은 복잡하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러나 이런 영화 속 플롯의 복잡함 속에서도 괴물 영화가 가장 중요하게 포인트로 강조하는 지점은, 바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딸 현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강두와 그의 가족들은 관객에게 따스함과 감동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