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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청춘을 위로하는 힐링영화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은 것 같은 30살 즈음의 나에게 선물 같이 찾아왔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초중고를 졸업하고, 남들 다 그러듯 대학교에 당연히 진학하고 졸업을 하고 나서 취업준비까지 정말 쉼 없이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사회 초년생 때는 누구나 그렇듯 실수하지 않으려, 일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 여기저기 눈치 보고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사회생활 4년 차를 지나 5년 차에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즈음 내가 이룬 커리어가 그냥 연차만 채운 물경력이 아닐까 고민하고, 대부분이 그렇듯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 이기도 합니다. 혹은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겪게 된 2차 사춘기 시절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지친 저에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반복되는 회색빛 도시에서 지쳐가는 청춘에게 자연의 품이 주는 위안으로 관객을 초대합니다. 청춘이 가진 도전할 수 있는 용기의 본질과 시골의 치유력을 담아낸 영화로, 고요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자연의 소박함과 성장하는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이야기는 배우 김태리가 연기하는 주인공 혜원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빠른 속도의 도시 생활 속에서 나름의 위안을 찾으려, 혜원은 시골에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집으로 귀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일들은 지나간 날들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킵니다. 혜원의 성장을 통해, 영화는 성찰, 자아 발견, 그리고 젊은 청춘이 가진 활기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엮습니다. 계절의 변화와 가을이 다가와 얻게 되는 풍부한 수확과 함께, 시골 마을의 정겹고도 고요한 풍경은 혜원 자신의 내면의 여정을 반영하는 캔버스역할을 합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 생활의 풍경과 소리, 어린 시절의 먹었던 음식의 맛을 아련한 향수로 그려내며 삶이 순탄하게 흘러가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킵니다. 혜원이 텃밭을 가꾸고 땅에서 갓 수확한 재료로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인간이 누릴 수 있음의 깊은 인연을 기념하는 영화입니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 줄거리
혜원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요양차 온 가족이 시골로 귀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혜원은 어려서부터 엄마가 해주던 맛있고 어린 혜원의 눈에는 너무나도 특별하게만 보였던 음식들을 먹으며 성장합니다. 성장한 혜원은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 되고 수능이 끝나고 그럭저럭 지내던 어느 날, 하교 후 귀가 한 집에서는 더 이상 혜원을 반겨줄 엄마가 없습니다. 엄마는 홀연히 편지만을 남겨놓고 이제 엄마도 본인의 꿈을 찾아보고 싶다며 혜원의 미래를 응원하며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혜원도 정든 집을 떠나 서울로 향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일반적인 그 세대의 모습이 그렇듯 편의점 알바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혜원은 배고파서 다시 과거의 추억이 있는 시골의 집으로 향합니다. 더이 상 편의점 유통기한 지난 폐기 도시락도 먹기 싫었고 설상가상 사귀던 남자 친구는 고시에 합격하고 본인은 떨어진 현실에서 벗어나 아무 걱정 없던 마음이 편안한 쉴 곳이 필요했던 혜원은 맛있던 음식과 따뜻한 정감이 있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냥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며칠 쉬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려는 마음으로 시골집으로 돌아온 혜원은 먹을 것을 찾아보지만 오랜 기간 비워져 있던 집에 그런 것들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그냥 마당에서 배추를 하나 가지고 와서 배춧국을 끓여 먹고 바닥이 보이는 쌀독에서 쌀을 싹싹 긁어모아 쌀밥을 지어먹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만 때우던 혜원은 오래간만에 직접 차린 건강한 음식들로 끼니를 채우고 화목난로의 온기가 온 집안을 채우는 곳에서 오래간만에 편안함을 느끼며 잠이 듭니다. 혜원이에게는 고향친구인 재하와 은숙이가 있습니다. 재하는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어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고 과수원을 가꾸며 영농후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은숙이는 그 누구보다도 도시로 떠나고 싶어 하지만 계속 고향에 남아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고향에 온 혜원이에게 친구들은 먹을 것과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와서 친구의 귀향을 환영해 주며 다시 새로운 추억을 쌓아나갑니다. 함께 막걸리를 마시기도 하고, 떡볶이도 해 먹고 그렇게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혜원이의 고향방문 시간은 점점 늘어갑니다. 계절이 지나는지도 모르게 말입니다. 겨울즈음 고향에 돌아왔는데 어느새 계절은 돌고 돌아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혜원은 양파를 심습니다. 양파는 가을에 씨앗을 심은 후 짚을 덮어 싹이 나게 한 후 거름을 준 곳에 옮겨 심어 겨울을 나며 자랍니다. 그리고 이 것을 아주심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혜원은 겨울이 오기 전 감을 깎아 매달아 놓아 잘 만져주며 말려 곶감도 만듭니다. 곶감이 맛있게 말라가면 겨울이 다가온 것입니다. 그렇게 4계절을 고향에서 보낸 혜원은 고향에 올 때처럼 다시 소리소문 없이 집을 떠납니다. 걱정할 친구들에게 쪽지를 하나 남기고 말입니다. 혜원이는 지난가을 파종해서 심어두었던 양파처럼 본인도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나만의 안식처, 나만의 작은 숲
이 영화에서는 유난히 요리하고 먹는 장면이 많이나옵니다. 초반에 혜원이가 배고파서 시골로 내려왔다고 말한 것이 복선이었을까요? 정말 야무지게도 먹고 삽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시사하는 점이 그냥 잘해 먹고삽시다는 아닐 겁니다. 살면서 우리는 누구나 어느 순간 결핍을 느끼는 때가 찾아오고 그 결핍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갑자기 찾아오는 마음의 공허함도 있을 것입니다. 서른 살의 제가 느꼈던 공허함 같이 말입니다. 혜원이에게 옛 시골집은 성장의 밑거름이었고 힘든 순간을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였으며 자신만의 작은 숲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세상의 혼란을 자연의 고요한 포옹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성역에 대한 나 자신의 마음속 사막을 발견했습니다. 주인공 혜원이 어린 시절의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나 자신이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고 내 영혼이 살찔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이 영화는 정원을 가꾸고, 씨앗을 뿌리고, 정성스레 그것들을 가꾸는 성장의 힘을 보여줍니다. 식물을 정성껏 가꾸는 혜원의 모습에서 나 자신도 내가 가진 꿈과 소망을 향해 펼쳐나가기 위해 내 스스로를 가꾸고 성장시켜야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식물로 가득 찬 정원이 그것을 가꾸는 이의 헌신과 사랑을 필요로 하듯이, 사람의 성장을 위한 우리의 노력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나만의 안식처를 찾아 조용히 뿌리내리고, 나만의 작은 숲을 가꿔나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야겠다고 다짐하는, 그리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